최준식 칼럼니스트
최준식 칼럼니스트

[라이센스뉴스 최준식 칼럼니스트] 문화거버넌스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거버넌스는 짐작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참여민주주의시대, 정부와 시민과 기업이 함께 모여 ‘민관협력’의 장이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화거버넌스도 이와 같이 협력과 참여가 함께하는 문화정책의 새로운 의사결정구조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해 ‘위원회’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설립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분야 관련 위원회는 예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그리나 정책결정보다는 각종 규제 건에 대한 심의가 더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화예술지원기관은 각종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예술지원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건축위원회(디자인), 공공디자인진흥위원회, 공공건축심의위원회, 광고물심의위원회(디자인)등을 통해 각종 법령과 조례에 따라 건축물과 연계된 문화예술의 가치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는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외부 위원은 문화예술 분야의전문가를 위촉하여 연간 정기적 혹은 수시로 위원회를 개최하여 위원회에서 자문과 심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외부 참여를 확대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소통의 장으로서 위원회는 매우 유용한 의사결정구조입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 요즘의 문제입니다. 중앙정부가 600개, 서울시가 136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회의도 별로 없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위원회도 많습니다. 심지어 광주시는 위원회가 매우 많아져 위원회 신설을 제한하는 ‘위원회 총량제’를 제도화한다고 합니다. 위원회 만능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원회가 과하게 양산되는 경향이 요즘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위원회 조직이 넘쳐나고 있는 것일까요. 문화예술분야에서 비추어 본다면 역시 위원회 남발의 기저에는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확인된 것처럼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특정인에 대한 특혜성 지원,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비일관성 등으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이 고통 받고 문화예술지원에 대한 예술인의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상태입니다. 공무원 사회도 이러한 부정적 정책 인식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결정에 있어 참여형 위원회 형태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밀실 행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차단하고 열린 구조 형태의 위원회를 통해 심의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외부 위원 선정에 있어 객관적인 절차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이러한 부정적인 현실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요. 오히려 위원회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결정에 있어 각종 부정적 불신이 민원으로 연결되어 공무원 조직의 피로감도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조직의 정책결정권을 위원회에 이양하여 오히려 정책수행 후 발생하는 공무원의 책임 소재를 위원회에 넘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회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결정에 책무성이 약화된다는 점입니다. 외부 평가위원은 자문과 심의를 하지만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 회피하거나 단순 다수결 결정으로서 정책 결정의 중요한 의사판단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공무원 관료제 조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새로운 거버넌스가 주창되지만 막상 새로운 거버넌스 형태가 정책 결정에 대한 추진력과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원회 조직의 장점을 살려 합리적이고 유용한 문화거버넌스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관료제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민간 참여 위원회의 책임성 저하를 막기 위해 새로운 거버넌스 형태가 필요합니다. 최근 각광받는 거버넌스 형태가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개념입니다. ‘민관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치구에서 문화예술의 새로운 거버넌스로 협력적 거버넌스가 새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내 자치구 중 금천구와 중구가 새로운 문화예술거버넌스를 작년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 민관이 협력하는 ‘협치’로서 문화예술정책에 예술인과 시민이 참여하고 이를 공무원 조직이 적극적으로 행정에 반영하는 의사결정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참여예산제도의 도입으로 정책결정이 실제 문화예술관련 사업예산으로 편성되어 시민이 참여하고 결정된 문화예술이 시민의 일상까지 가깝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참여하고 있는 거버넌스 조직으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종 분과 중 저는 ‘문화예술분과’에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곳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예술계 전공 청년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현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며 서울시를 상대로 예술인의 권익을 높이는데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거버넌스의 미래를 발견하였습니다. 참여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자신의 일상을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민들, 예술인들의 참여 하나하나가 모여 열린 문화정책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모두가 환영하고 만족하는 실효성있는 문화정책과 거버넌스가 구현되길 바래 봅니다.


최준식 칼럼니스트

-예술평론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재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저서 : 세종공연제작안내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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