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혁 기자.
정재혁 기자.

[라이센스뉴스 정재혁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며 무려 4년여 만에 ‘억까’에서 벗어났다.

‘억지로 까다’의 줄임말인 ‘억까’는 젊은층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신조어로, 어떤 인물을 타당한 이유 없이 비난·비판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018년 10월, 조 회장이 2015년~2017년 신한은행장 재임 기간 중 신입직원 채용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며 기소했다. 조 회장의 죄목은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었다.

2020년 1월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11월 항소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조 회장이 ‘억까’를 당했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법리에 근거하지 않고, 이른바 ‘사회 정의’로 포장된 국민정서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기업이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모든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원자를 평가하기에 앞서 그 평가 ‘기준’을 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이 갖는 ‘채용의 자유’에 해당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성격은 채용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매년 다음해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그에 맞는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한다.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재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실례로 요즘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은행들이 ICT 관련 인력을 집중 채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1심 첫 재판부터 2심 선고공판까지 3년 넘게 재판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검찰이 기업이 갖는 이러한 ‘채용의 자유’를 국민정서에 기대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외국어나 해외 문화에 능통한 외국대학 출신들을 일부 합격시킨 것에 대해 “국내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차별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지적일까.

입장을 바꿔서 보면, 은행들은 지역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방대학 출신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기도 한다. 이는 서울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역차별하는 것이 아닌가. 검찰의 기소 논리로 보면 이 또한 채용비리에 다름 아니다.

물론, 채용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금융감독기관의 청탁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은행에게 죄를 묻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같은 권력자가 채용 청탁을 하는데 뿌리칠 수 있는 경영자가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도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이다.

조 회장이 장장 4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검찰의 채용비리 ‘억까’를 이겨낸 것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정치권력이나 감독기관이 압력을 가하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조 회장이 그러한 선례를 깨버린 것이다.

이러한 조 회장 외에 지금도 ‘억까’를 당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이다. 그 또한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며,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함 회장도 조 회장처럼 ‘억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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