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50조·현대차 67조 등 잇따라 “투자”
롯데·한화도 신사업에 37조 원씩 쏟아부어
“경제 발전” “한국을 허브로”…국내에 집중
바이든 떠난 뒤 “국내엔 소홀” 비판 잠재워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깃발.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깃발. [사진=연합뉴스 제공]

[라이센스뉴스 성상영 기자] 한미 양국이 지난 주말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안보 동맹’을 선언한 뒤로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이 총 600조 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 투자 보따리를 푼다.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명분이다.

삼성·현대차·한화·롯데 등 4개 그룹은 24일 일제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 규모는 삼성 450조 원, 현대차 63조 원, 한화와 롯데 각각 37조 원으로 모두 합쳐 600조 원에 근접한다. 올해 정부 예산 607조 원과 맞먹는 천문학적 액수를 향후 5년 동안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국내 투자’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밖에 안 된 데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이 마무리된 직후여서다. 기업 투자 계획의 행간에서는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국내 투자에는 인색하다”라는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운 속내도 읽힌다.


삼성, 국내에만 360조 원…반도체·바이오·IT ‘신화’ 쓴다


재계 맏형인 삼성은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무려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에 쏟아붓는 돈만 360조 원에 이른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정보기술(IT) 분야를 주축으로 삼고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역동적 혁신성장’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구호이기도 하다.

반도체는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설계 전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생산 전문)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줄인다. 반도체 3대 분야를 석권해 한국을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올려 놓겠다는 포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경기 평택시 반도체 공장에서 직접 맞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오는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한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와 시밀러(복제약)를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부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4공장을 완공해 연간 생산량을 62만 리터로 높이고 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시밀러 역량을 강화한다.

IT는 AI·통신 분야 주도권 선점에 역량을 집중한다.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전 세계 7개 지역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 기술 연구에 나서고 인재 영입·육성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또한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현재 비전 제시 단계인 ‘6G 시대’를 가장 먼저 열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모비스 3사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허브로”


경기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경기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규 사업뿐 아니라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병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목적 기반 차량(PBV) 전용 공장을 짓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혼류 생산하는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이는 한편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긴다. 경기 화성에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산(年産) 15만 대 규모 PBV 공장이 들어선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연료전지, 로보틱스,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결과물을 내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 자율주행 분야는 운전자 개입이 사라지는 레벨4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이를 활용한 로보택시·로보셔틀 상용화에 대비해 도심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기존 내연기관차 상품성과 서비스 향상에 투자가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미국 투자가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州) 브라이언 카운티 서배너에 건립 예정인 전기차 공장이 가동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국내로 파급 효과가 일어난다는 논리다. 2004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 전후로 현대차그룹이 급격히 성장한 ‘앨라배마 효과’에 이어 ‘서배너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화 “민간 주도 경제 성장 지원”, 롯데 “경제 활력 투자”


한화그룹 사옥(왼쪽)과 롯데월드타워. [사진=각 사 제공]
한화그룹 사옥(왼쪽)과 롯데월드타워. [사진=각 사 제공]

한화와 롯데도 향후 5년 간 각각 37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는 ‘민간 주도 경제 성장 지원’을, 롯데는 ‘경제 활력을 위한 투자’를 내세웠다.

한화는 전체 투자액 가운데 20조 원을 국내에서 집행한다. 에너지 분야에는 4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우리나라를 태양광 핵심 기지로 키운다. 또한 2조 100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2조 6000억 원을 들여 방산 해외 진출, 한국형 위성체·발사체 개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발 등을 가속화한다. 석유화학 시설(4조 원)과 건설·레저 사업 강화(2조 원)에도 투자한다.

롯데는 바이오 CDMO 사업에 진출하고 UAM과 전기차 렌터카 등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한다. 복합 몰 개발, 백화점·마트 리뉴얼을 통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유통·관광 산업 활성화에도 역량을 모은다. 화학 사업군은 수소와 이차전지 등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 리사이클(재활용)에 역점을 둔다.

한편 SK와 LG도 이른 시일 안에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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